네트워크 자동 운전

 자율주행이란 말이 나오고 세달이 흘렀다. 그동안 자율주행 자동차에 발을 들여놓은 회사들이 겉으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살아남기 위해, 혹은 자동차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양한 공을 들이고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 나름대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보면 한마디로 자동차가 이제 자동차가 아니다는 말이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차가 점점 디지털화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영향력이 방대하게 되었다. 기존 자동차회사와 업계를 주도해온 대형 부품업체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던 회사들, 예를 들어 인텔, 엔비디아, AMD 등의 회사들이 모두 자동차용 SoC(System on Chip)를 만들겠다고 나섰고, 이 회사가 새로운 SoC는 과거에 자동차에 장착되었던 수많은 제어기들을 (엔진제어, 변속기제어, 섀시제어 등 많게는 120개까지 장착되어 있다.) 몇 안되는 제어영역에 장착되어 있다. 좋은 말로 통합이지만 지금까지 이런 생태계를 유지하던 많은 기업에게는 죽음을 뜻한다.

자율주행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종래에는 자동차에 라이더, 레이다,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 센서를 많이 장착함으로써 자동차가 하나의 독립적인 센싱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독립된 움직임을 하는 그야말로 “독립된 자율주행”쪽으로 향하는 경향이었지만, 그 후 5G 등에서 통신 기술이 너무 빨라져(향후에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엣지 컴퓨팅, 크라우트 컴퓨팅이라는 네트워크를 이용한 분산 처리하고, 그 후 5G 등에서 통신 기술이 너무 빨라져(향후에는 더 빨라지고, 필요한 신호가 더 이상 빨라질 필요가 없는 센서가 더 빨라질 필요가 없는 것으로 제어하는 것) 에지 컴퓨팅이라는 네트워크를 이용한 분산 처리한다.

우리나라처럼 통신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 모든 차도에 정밀한 지도를 포함한 자동차와의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 직접 하는 운전은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조적 기능으로 전환되고 상당 부분 자율주행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즉 자동차가 운전자의 핸들 조작인 위치를 찾는다는 기계라는 개념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촘촘히 깔린 공간의 네트워크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시스템에 차량을 로드하면 그 시스템이 자신의 차를 자신이 정한 목적지로 이동시킨다는 개념이 될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재미있고 안전하고 편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좋다. 그러나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수많은 관련 산업이 재편되고 그중에는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많이 나올 것이고, 자동차 업계의 주도권이 자동차 제작자가 아니라 통신, 혹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회사에 넘어갈 것이다. 아직 시스템반도체나 소프트웨어(또는 알고리즘) 분야에서 강력한 주자가 없는 한국에서 누가 자동차의 주도권을 잡느냐는 것은 내가 볼 때 아직 100% 개방이다.